첫 이야기를 기업은행 면접에서 광탈한 썰로 시작해보려 한다..

 

삐리리뽀옹은 2019년까지(막학기) 중요한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던 터라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2020년 상반기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경험삼아 몇몇 기업에 원서를 넣어보기는 했는데 그중 하나가 ibk 기업은행이었다...(그때의 나는 금융권 개발자를 꿈꿨다)

 

당시 기은 채용 과정은 일반적인 채용과정과 비슷하게 서류 -> 필기 시험 -> 1차 면접 -> 2차 면접 으로 진행되었는데, 경제학전공빨이 있어서 그런지 운좋게 필기 시험까지 뚫게 됐다.

 

근데 이 1차 면접은 1박2일 합숙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나름 바쁜 일이 많던 삐리리뽀옹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괜시리 토끼 세 마리를 한꺼번에 잡으려다가(사실 토끼가 아니라 호랭이었다) 다 놓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토끼 헌터 삐리리뽀옹은 결국 면접 응시를 결심했고, isfp답게 단 하나의 대비 없이 면접을 보러 갔다.(혹시나 하는 마음 반, 경험이라도 쌓자는 마음 반이었다..)

 

약 200여명의 지원자들이 충주 연수원의 대강당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든 지원자가 모이고 준비가 되자 기은의 굉장히 높아 보이시는 분이 단풍이 왜 붉어지는지를 우리의 청춘과 연관지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isfp답게 나는 겉으로는 박수를 치며 속으로는 면접관들이 떨어트린 나같이 힘없는 단풍은 결국 짓밟힌다고 생각했다..

 

여차저차 짐을 풀고 첫 과정을 시작했다.

첫 과정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는 몸풀기 체육대회같은 거였다..

잉...? 뭔 개발자랑 행원 뽑는 면접에서 체육대회를 시키지...?

굉장히 얼탱이 없었지만 isfp는 결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토끼 헌터는 누구보다 즐겁게 체육대회를 끝마쳤다.

 

체육대회가 끝나자 안내자분이 "숙소에 돌아가 원한다면 옷 갈아입고 다음 면접에 참석해라.. 그냥 체육대회 복장 그대로 와도 상관 없다.." 라고 말해주셨기에... 난 별 생각 없이 쑥색 반팔에 추리닝 바지... 그리고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면접장에 갔다..

그 말을 믿다니... 안내자분도 겉과 속이 다른 isfp였음이 분명하다.

2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모두 최소 비캐였고 나 혼자 추리닝차림이었다 ㅋㅋㅋ

백로 노는 데 까마귀 한 마리가 껴버렸다...

(사실 실제로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당시 첫 면접이었던 터라 이미 내 토끼는 저 멀리 도망가버렸다고 생각했다..)

 

이후 협상 면접, 기술 면접, 마인드맵?같은 면접 등등 여러가지 면접이 있었는데 한 가지도 빠짐없이 다 고꾸라졌다...

얼마나 고꾸라졌냐면 첫날 저녁에 연수원 내 당구장 이용 가능하냐고 질문했다가 빠꾸도 먹었다... 그리고 도저히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중에는 옆 지원자랑 다음 면접을 대기하면서 노트에 오목을 둘 정도였다...(그분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

 

뭐 여튼 삐리리뽀옹의 첫 면접은 그렇게 어떤 단풍보다 빠르게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 면접으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 내가 떨어진 것은 절대 옷차림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면접 내용은 보안상 자세히 기술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팀 토의 면접은 여전히 어렵지만 다른 면접들은(특히 기술면접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어려운 면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근데 이걸 버벅대고 제대로 대답을 못하니까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 길 잃은 대답에 배드민턴 치다 온 옷차림까지 더해져 면접관님이 더 빠른 탈락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했을 수도 있다...ㅎㅎ 

 

2.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사실 체육대회 이후 두세개의 면접 과정에서 난 내 탈락을 결정지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확실하긴 했는데 굳이 내가 그걸 결정하고 포기했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내가 망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더 좋은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관심 없는 혹은 안 될 거라 생각하는 면접도 봐야 한다.

 나중에 면접을 연습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면접 연습과 실제 면접은 차원이 다르다.. 만약 내가 기은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다른 중요한 면접에서 이 실수들을 반복했을 수도 있다.. 또한 면접마다 질문, 환경, 분위기 등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실제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배우며... 다음 면접에서는 더 잘하자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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