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다.
참고로 유안타 증권 면접은 삐리리뽀옹이 20년도 상반기에 봤던 면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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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타 증권 자소서를 쓸 당시의 삐리리뽀옹은 ibk 듀오에게 두들겨맞은 상태라 자괴감이 상당했다.
(왜 그랬는지는 앞의 글들을 보면 아실 수 있다.)
금융 ptsd로 인해 "다시는 금융권에 발도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삐리리뽀옹...
농담이고 붙여만주면 전재산이 들어있던 삼성증권 계좌를 그대로 폐기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유안타증권에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하... 양은냄비의 전사 삐리리뽀옹.. 얼마 쓰지도 못하고 카페에서 지쳐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왜이렇게 금융권 자소서는 힘들까...
(사실 개발 경험과 비개발(금융) 경험이 둘 다 꽤 있었는데, 뭘 더 어필해야하는지도 잘 몰랐고 찾아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삐리리뽀옹이 누구인가?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 하나로 살아온 isfp 의 삐리리뽀옹 아니었던가!
"그래.. 넌 내가 지킨다..." 소중한 삼성증권 계좌에게 한마디 건네고 어김없이 대충 자소서를 제출한다.
결과는 자소서 합격!
아마 경제학전공자라 붙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얼기설기 1차 면접을 보게 된 삐리리뽀옹...
지난 패배들의 아픔을 되새기고 예상 질문까지 작성하며 이번만큼은 진짜 열심히 준비한다.
1차 면접은 실무 면접으로 화상면접이었다.
훗.. 난 이미 11번가에서 화상 면접을 경험해봤다굿..! 그때 깨진 뚝배기를 기필코 이어붙이리라...!
예상 질문 리스트를 검토하고... 미리미리 새하얀 샤쓰도 입어두고... 머리카락도 한올한올 오와열을 맞춰본다.
열정을 너무 빨리 썼나.. 면접까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버린 삐리리뽀옹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야 만다.
정신차리기 위해 샤쓰를 벗어던지고 팔굽혀펴기를 해버린 삐리리뽀옹...
대충 정신만 차리고 그만뒀어야하는데 땀이 나고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가 됐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면접까지는 10분 정도 남았기 때문에, 호흡 가다듬고 다시 용모단정하게 세팅하면 된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자마자 울리는 카카오 페이스톡!
뭐지 엄만가? 하고 "아들 면접 봐야되니까 끊어!" 라며 역정을 내려던 순간...
모르는 이름이다...! 면접인가...!
아니 10분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하지만 이미 닥쳐버린 일... 벨소리는 계속 울리고 삐리리뽀옹은 부리나케 샤쓰를 입는다.
모든 뽀옹의 세포들은... 내 거친 호흡과... 불안한 땀방울과... 허둥대며 단추를 헛잠그는 손가락 탓에 보라색 고구마가 돼버린 지 오래였다.
마지막 단추를 잠그며 허겁지겁 페이스톡을 받은 삐리리뽀옹.
휴대폰 화면에 보이는 세 명의 면접관을 보고 "아 시X..." 탄식했다.
하지만 30분 동안 진행됐던 면접은 다행히도 초반에만 좀 긴장하고 나머지는 잘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 있던 이유는 (화상 면접이었기에 가능한) only 빤스 하체로 내 뜨거운 열정...! 아니 열기를 일부 식힐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농담이고 그냥 달달 외워둔 1분 자기소개를 하면서 호흡 정리하고, 고민하는 척 얼굴에 손 대서 땀 닦고 했던 게 컸던 것 같다.
질문 자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만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금융권 it 면접의 질문들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개발 지식적으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금융권과 it 서비스 면접 비교 글을 써볼 수도 있겠다)
삐리리뽀옹은 그렇게 1차 면접도 여차저차 합격하게 되고 마지막 2차 면접을 보게 된다.
2차 면접은 전화 면접이었다.
매일 다짐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번엔 진짜 깔끔하게 준비했고 면접 직전 헛짓거리도 안 했다.
너무 완벽하게 준비했던 탓일까... 이럴 때 인생 최고의 밍밍한 면접을 보게 된다.
결혼 승낙 받으러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가면 이런 느낌일까...
"넵 형제는 없구요, 저희 아버지는 뭘 하시구 어머니는 뭘 하십니다. 본가는 어디구요, 호롤롤로!"
15분 동안 저런 소리만 하고 끝났다.
마지막에 "딸내미를 제게 주십쇼 장인어른" 할 뻔했다.
농담이고 그렇게 2차 면접도 붙게 됐다.
잉? 근데 갑자기 최종 면접이 한 번 더 남았다더라.
근데 형식상 면접이지 대표님이었나? 여튼 높은 분이랑 간담회같은 자리라고 하셔서 크게 부담없이 갔는데..
최종 합격자 4명이 들어갔는데 한명씩 취미를 물어보시더니.. 취미가 시 쓰기라고 대답한 사람한테 시를 지어보라고 하셨다..
와 또 당했다... '내 취미는 티레이더 배틀이에요'라고 해야지 생각하는 순간 대표님이 대만에 있는 어머니와 관련된 시를 읊어주셨다.(참고로 티레이더 배틀은 유안타증권의 주식 관련 게임이다)
이런 게 ceo 의 빌드업인가.. 또 하나 배운 삐리리뽀옹. 나머지 최종 간담회 내용은 기억이 안 나므로 더 적지는 않겠다.
이렇게 최종 합격하게 된 삐리리뽀옹.
하지만 자소서 쓸 때의 마음과는 다르게 달콤한 회사들 전형이 아직 남아 최종 입사를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게 된다...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입사 포기하고 좌절하며 흘렸던 내적 눈물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써보도록 하겠다..
유안타 면접을 통해 배운 것은..
1. 면접 전에는 함부로 딴짓하지 말자!
2. 면접 예상 질문 리스트는 정말 중요하다! 다양한 시각으로 자소서를 바라보며 작성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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